작가 | 사노 요코
발행일 | 2016년 12월 30일
페이지 | 32쪽
ISBN | 9788966071531
정가 | 12,000원
책 소개
존재와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특별한 이야기!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았기에 모든 일에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사자가 으르렁거려도 무섭지 않고, 모기가 물어도 가렵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지 않았기에 배고픔도, 시끄러운 거리의 부산함도 심지어 개한테 물린 상처도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았으니까요. ‘태어난 아이는’ 거리를 걷고 새 친구도 만나지만 관계를 맺지는 않습니다. 마음과 경험을 주고받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마침내 ‘태어난 아이’가 되었을 때, 상처에 눈물이 나고, 배가 고프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고, 피곤하면 졸음이 쏟아지는 진짜 삶을 살게 되지요.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왜 태어나고 싶었을까요?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다른 아이가 개에 물려 울면서 엄마를 찾아 뛰어가는 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흥미를 느낍니다. 총총 따라가 보았더니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고, 씻기고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 주었습니다. 그때,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태어나고 싶어집니다. 반창고를 붙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태어납니다.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은 “엄마, 아파!”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아이는 처음 옷을 입고 나옵니다. 이제까지의 심드렁한 자세가 아니라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지요. 이 장면에서 이상하게도 뭉클해집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싶어진 것은 무엇을 이루고 성공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즐겁게 놀고 싶거나 행복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누군가 나를 안아 주고 위로해 주었으면,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 주었으면 해서 태어납니다.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마음. 자신의 존재,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인식하는 첫 문은 상처와 치유였습니다.
반창고가 붙이고 싶어서 태어난 아이는 드디어 배가 고프고, 모기한테 물리면 가렵고, 물고기를 잡으러 갑니다. 다른 친구에게 반창고 자랑도 하지요.

사노 요코는 삶은 행복한 것이라고, 삶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를 구경하며 사는 것은 ‘태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마루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비가 와도 머리카락 끝조차 젖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면서 세상을 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기꺼이 빗속에 뛰어들어 비를 맞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함께 춤을 추는 진짜 삶 속으로 풍덩 뛰어들 때에만, 우리는 ‘태어난 아이’가 되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삶이 행복한 것인지 불행한 것인지 묻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는 우리에게 ‘진짜로 사는 것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아프고, 배고프고, 가렵고, 때로 깔깔 웃고, 자랑도 하고, 실컷 놀면 피곤해지는 그런 삶 말이지요. 산다는 것은 세계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나와 세계가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독특한 그림이 주는 깊은 울림
나와 세계 사이의 긴장과 조화를 표현한 색채와 선


석판화와 펜화가 어우러진 이 그림책은 수많은 선이 겹쳐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날카로운 펜화인 듯하지만, 짧고 자유로운 선들의 율동감이 느껴지고, 석판화 특유의 물맛도 있습니다. 사노 요코의 간결하고 개성적인 말투와 독특한 발상이 그대로 표현되었습니다.
또한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두 색감이 맞서듯 어우러지고 있는데, 이런 색감도 자아와 세계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결코 귀엽지 않은 주인공, 오히려 심드렁하고 시니컬한 느낌마저 드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아이의 몸에 맞지 않는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것보다, 오히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존재에 관한 질문을 존중해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노 요코의 그림이 원래 독특하긴 하지만, 이 작품은 사노 요코의 특징이 더욱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또 보다 보면 구석구석에서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저 혼자 별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는 새파란 빛깔로 아이와 빈 공간을 표현합니다. 그때는 아이과 공간이 같은 빛깔이지요. 하지만 아이가 세상을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하면 그림은 뚜렷한 붉은빛과 초록빛이 서로 얽히는 방식으로 변합니다. 아이와 세계는 긴장하며 서로를 탐색하는 것이지요. 아이가 태어나고, 세상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하루를 충실히 보낸 뒤, 잠자리에 들 때, 그때 다시 새파란 빛깔로 아이와 공간이 부드럽게 합일을 이룹니다.
색채와 선으로, 아이의 표정과 동작으로 사노 요코가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아마도 책을 볼 때마다 더 깊어지고 풍부해질 것입니다.

충실한 번역, 소리 내어 읽는 발음과 리듬을 고려해서 다듬은 글

《태어난 아이》를 번역한 황진희 번역가는 어린이책 문화 운동을 하는 그림책 전문가입니다. 수많은 강연과 모임을 통해 그림책으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을 꾸준히 해 오고 있습니다. 황진희 번역가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책 가운데 하나인 《태어난 아이》의 번역을 맡아 모든 정성을 다해 번역했습니다.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 정서에 이질감이 없도록 몇 번이나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수백 번 소리 내어 읽고 또 읽으며 아이에게 읽어 주기 좋고, 어른 자신을 위해 낭독할 때도 매끄럽게 전달되도록 신경 써서 매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노 요코 특유의 어감과 정서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애썼습니다.
《태어난 아이》를 읽으실 때, 소리 내어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책 내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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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글 그림 사노 요코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본에서 디자인을, 독일에서 석판화를 전공했습니다.
마음 깊은 곳을 깨우는 이야기와 직관적이고 재치 있는 문장,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 《아저씨 우산》, 《좀 별난 친구》,
《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 《하지만하지만 할머니》, 에세이 《사는 게 뭐라고》 들이 있습니다.
큰 울림을 주는 많은 작품을 남기고, 2010년에 일흔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옮김 황진희
대학에서 일본어 통역을 전공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과 어린이 문학에 매료되었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김포 지회>에서 어린이책 문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신데렐라의 엉덩이》,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르완다에 평화의 씨앗을》, 《군화가 간다》 들이 있습니다.